강남 재건축 청약, 만점 통장 속출
전용 44㎡ 최고 79점, 622.8대 1 경쟁
분양가상한제와 시세차익, 과열 변수 확대

서울 강남권 청약 시장이 또다시 충격적인 경쟁 구도로 치달았다. 수십억 원대 차익 기대가 걸린 재건축 단지에 고득점 통장이 몰리면서, 일반 실수요자는 진입 자체가 막히는 분위기다.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청약 결과가 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용 44㎡형은 5가구 모집에 3114명이 신청했고, 최고 가점 79점, 최저 가점 74점이 나왔다. 사실상 5인·6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상위권 점수가 당첨선을 채운 셈이다.
“79점도 부족” 강남 청약, 만점 경쟁의 현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32점, 통장 가입 기간 17점, 부양가족 35점을 합쳐 84점 만점이다. 15년 이상 무주택에 부양가족 6명 이상이어야 닿는 점수라는 점에서, 70점대 후반은 이미 극한의 조건을 의미한다.
이번 단지의 12개 주택형 당첨 최고 가점은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최저 가점도 69~74점에 형성되며, 강남 재건축 청약이 사실상 상위 소득층과 다자녀 가구 중심의 ‘점수 전쟁’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와의 격차가 너무 커져 청약 열기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25억 분양가, 50억대 시세…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충돌

오티에르 반포는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총 251가구 규모로 7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전용 84㎡ 분양가는 25억~27억5000만원 수준인데, 인근 메이플자이 동일 면적 시세가 50억~56억원대에 형성돼 있어 최대 20억~30억원의 차익이 거론된다.
이 격차는 청약 시장에 강한 자극을 줬다. 투자 수요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몰리고, 실수요자는 높은 가점 장벽에 막히는 구도다. 한 청약 대기자는 “노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숫자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재건축 물량이 나올 때마다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가점제의 체감 공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올해 첫 만점 사례까지…서초권 과열 신호 지속
올해 처음 만점 당첨 사례가 나온 곳도 서초구였다. 아크로 드 서초 전용 59㎡C형은 2가구 모집에 당첨자 모두 84점 만점으로 채워졌고, 1순위 청약에는 3만2973명이 몰렸다.
이 단지는 평균 경쟁률 1099대 1을 기록하며 서울 민간 아파트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59㎡A형 역시 최고 79점, 최저 74점으로 오티에르 반포와 비슷한 고가점 분포를 보였다.
일부 타입에서 50점대 당첨이 나온 사례도 있었지만, 공급 물량이 적은 예외적 상황으로 해석됐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분양이 계속해서 ‘로또 청약’으로 소비되는 한, 점수와 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수요자만 남는 시장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강남 청약은 당첨 가능성보다 차익 기대가 먼저 작동하는 시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향후 공급 일정과 분양가, 금리 흐름이 맞물리면 경쟁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규제 변화와 추가 공급 변수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