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짜리 분쟁” …조합원 피해 막고 부실 사업 솎아낼까

김정인 에디터 | | 부동산

“10년짜리 분쟁” …조합원 피해 막고 부실 사업 솎아낼까

지주택 폐지 검토 뒤집은 정부, 피해 최소화 기조

사업승인 95%→80%, 신규 모집 요건도 대폭 강화

속도전과 퇴출 압박 사이, 조합원·토지소유자 변수 확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걸린 거래안내 / 사진 김정인

지역주택조합을 둘러싼 충격이 다시 번졌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일 지주택 제도 폐지까지 검토했지만, 결국 방향을 틀어 “피해 최소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토지 확보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구조가 낳은 2차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사업 지연, 추가 분담금, 비리 논란이 겹치며 조합원 불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정상 사업장은 더 빨리, 부실 사업장은 더 빨리 정리하는 쪽으로 칼을 빼 들었습니다. 신규 모집 요건은 한층 까다로워졌고, 기존 사업장은 사업승인 기준이 95%에서 80%로 낮아졌습니다.

“속도”와 “퇴출” 사이…지주택 구조조정 시작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과 이유리 주택정책과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방안의 핵심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급 확대가 아니라 피해 차단이 우선이라는 설명입니다.

국토부는 이미 시작된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지부진한 곳은 조기에 걸러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체 주택공급에서 지주택 비중은 5% 안팎에 그치지만, 체감 피해는 훨씬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 샘플 조사에서는 추진 기간의 중간값이 1~2년에 걸쳐 있었고, 이번 80% 완화 조치로 기존보다 약 1년가량 단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계산이 현장 변수까지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80%면 충분한가”…토지확보 기준 완화 논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 사진 김정인

가장 뜨거운 쟁점은 토지확보 기준입니다. 기존조합은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토지소유권 95%를 확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80%면 가능해집니다. 신규조합은 모집신고 단계부터 토지매매계약 80%를 요구받게 됩니다.

국토부는 나머지 20%는 매도청구 절차로 매입할 수 있어 사업이 무작정 멈추는 일은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재개발이 75% 동의만으로도 진행되고, 지주택은 여전히 80% 소유권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조합원 측에선 “실패 확률을 낮추는 장치”라는 기대와 함께, 토지 확보가 덜 된 상태에서 갈등이 오히려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나옵니다.

정보공개·직권취소 카드…조합원 신뢰 회복 가능할까

국토부는 조합원 명부와 자금 공개 의무를 위반하면 허위 공개 2년, 미공개 1년의 형사처벌을 예고했습니다. 공개 자체를 안 해도 처벌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 반복됐던 불투명한 운영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서울시의 실태조사와 비슷한 흐름도 전국으로 넓힐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지자체 공문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합 상태를 진단하고, 조합원에게도 피드백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직권으로 인가 취소나 해산을 할 경우 행정권 남용 논란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청문 절차, 조합원 의견 수렴, 정상 참작 기준을 법에 넣어 방어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분쟁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사업에 들어간 조합원 피해 구제는 제한적이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개인의 계약 문제라는 한계 때문에 환급이나 투자금 보장에는 선이 그어졌고, 결국 정보공개 확대와 사업 정리 속도만이 추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남았습니다.

국토부는 연내 주택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10년 내외가 걸리는 성공 사례와 좌초된 사업장의 현실을 함께 놓고 보면, 이번 조치가 조합원 불안을 덜어낼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