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시장 5년간 60% 연평균 성장, 신계약 5배 증가
진료비·보장 기준 표준화 부재로 동일 질병도 지급액 상이
가입률 1~2%에 머물러,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펫보험 성장 견인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펫보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 신규 계약 2만 6383건에서 지난해 12만 9714건으로 약 5배 증가했고, 보유계약도 5만 1727건에서 25만 1822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는 213억 원에서 1287억 원으로 6배 가까이 커졌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60%를 넘는 수준이다.
현재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13개 손해보험사가 펫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와 함께 치료비 부담 확대를 주요 성장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한도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 팽창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는 중이다.
“같은 병인데 보험금이 다르다” 구조적 모순
양적 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질적 내실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동일한 질병으로 치료를 받아도 병원마다 청구액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아 사실상 비급여 성격이 강한 진료 구조”라며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와중에 구조적 문제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보험사별 보장 기준까지 다르다는 데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질병 치료를 받아도 가입 상품이나 병원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와 금액이 달라지는 혼란을 겪게 된다. 보험금 산정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도 심각하다. 동물에 대한 진료기록 제공 의무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장 수준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가입률 1~2%” 신뢰도 부족이 발목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보험의 실질적 보장 수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방증이다. 표준화되지 않은 진료비 기준과 보험사별 상이한 보장 정책이 가입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기본 토대가 부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향후 업계 전체의 손해율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입자 수가 증가해도 의료 데이터와 위험률 산출 기반이 부족하면 보험금 지급 체계가 불안정해질 소지가 크다. 일부 보험사는 초기 공격적인 보장 정책이 나중에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 없이 ‘성장통’ 겪는 시장
전문가들은 펫보험이 안정적인 시장으로 정착하려면 진료비 기준 정비와 의료 데이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병원 협회, 보험업계, 금융감독 당국이 함께 표준화된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누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각 보험사가 독자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시장 전체의 기준이 다원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펫보험 시장은 성장과 동시에 손해율 관리 및 데이터 축적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시장이 성숙해지기 전까지 소비자 불만과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 사이의 긴장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펫보험 시장이 진정한 성장기로 나아가려면 제도적 정비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